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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네틱스 관점에서 본 자치분권의 의미<4>[문장수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둘째로, 피드백 체계와 개방 체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자 사이의 상호 의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피드백 개념의 역사와 이것이 함의하는 인식론적 의의를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피드백 체계가 보다 하위의 것이고 개방 체계가 보다 상위의 것이라고, 즉 공학적 피드백 체계보다 생물학적 항상성의 체계가 보다 상위의 체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네틱스 전공 학자들은 피드백 체계는, 발생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개방 체계의 한 부분적 체계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물리학적 법칙은 생물학적 법칙을 포함하는 보다 거시적인 보편법칙이지만, 생물학에는 물리학적 법칙의 일시적인 중지를 함축하는 법칙이 있다. 우주의 진행은 일방적인 인과 법칙 내지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으로 진행되지만, 유기체의 어떤 일정한 수준에 피드백 체계가 작용한다.

베르탈렌피의 인식론에 따르면, 생물학적 체계에 작동하는 이러한 피드백을 모방하여 구성한 것이 공학적 피드백 체계이다. 이 주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의 대립들이 제시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 논쟁들의 핵심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피드백 체계와 개방 체계 사이의 의존성 및 이들의 인문사회과학적 체계에로의 적용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이 문제에 대한 긴 논쟁사를 분석하는 것을 제쳐두고 다음의 사실을 강조하는 데 만족할 것이다. 기계와 인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해서 거창한 철학적 논의가 전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기계와 인간 사이에 별로 결정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함의하는 것이 바로 인공두뇌학 개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기계와 인간은 유사하지만, 어떤 점에서 다른가를 새로이 해명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두 번째 마당과 세 번째 마당에서 보다 더 심층적으로 분석될 것이다.

셋째로, 기계와 인간의 유사와 차이 문제와 관련하여, 목적 개념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이해가 중요하다. 기계이든 유기체이든 피드백 개념에 동반된 중요한 개념은 “목적 지향적 과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목적적”(purposeful)이란 전통적인 “목적인”(final cause)과는 구별된다. “목적적이란 행동자의 행동이 목표물의 획득을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지시하기 위해서 사용된 용어이다.

다시 말하면, 움직이는 물체가 시간 또는 공간 속에서 다른 물체와 결정적인 관계에 도달하게 되는 최종적인 조건을 지시하기 위한 용어이다(Rosenblueth et al. 1943).”

이러한 목적적 행동은 다시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피드백을 가지는 목적적 행동(teleological)과 그렇지 못하는 목적적 행동(non-teleological)이다. 피드백에 근거한 목적 행동은 다시 예측적 피드백 행동과 비예측적 피드백 행동으로 양분되고, 예측적 피드백 행동은 다시 1차적 예측 행동과 2차적 예측 행동으로 세분화된다.

이러한 다양한 구분들과 관련하여, 궁극적으로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공학적 체계의 목적, 유기체적 체계의 목적 그리고 사회적 체계의 목적 사이의 의존성에 대한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 개인의 목적적 삶과 사회적 전체성의 목적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탐구하는 것이 필자의 중요한 목적이다. 이런 점과 관련하여, 사이버네틱스의 관점에서 도시 체계를 분석한 라보리(H. Laborit, 2011)의 연구와 기표 체계에 대한 라캉(J. Lacan, 1990)의 연구 성과들을 두 번째 마당과 세 번째 마당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넷째로, 목적 개념과 연관해서, 복잡체계의 해석에 도입된 “블랙박스”의 개념이 가지는 인식론적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버네틱스가 이 개념을 도입한 것은 내적 조직화가 인식되지 않은 체계의 설명을 위한 것이었다.

이 개념의 도입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버네틱스는 실증주의에 의한 고전적 설명 방식과 결별한다. 즉 사이버네틱스는 단순한 양적 단선적 기술이 아니라, 입력과 출력 사이에 존재하는 질적 변환 장치에 관심을 가지며, 그 핵심에 “목적”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공학적 구조이든, 유기체적 구조이든 자신에 고유한 목적이 있다. 기계의 목적은 인간에 의해 주어지지만, 반대로 인간의 목적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전체성”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사회적 전체성의 목적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바로 개인들의 의도들이다. 개인들의 의도는 생물학적 조직들이고, 후자는 다시 물리화학적인 물질들의 조직화의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물질, 생명 그리고 의식 사이에는 순환성의 의존관계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사이버네틱스는 개별적 과학들을 통합하는 “메타과학”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다섯째로, 자연과학적 정신과 인문학적 정신은 통합되어야 한다. 자연과학적 차원의 사이버네틱스의 목표는 애쉬비가 잘 해명하듯이 1) 체계 연구에 연관되는 구성요소와 변수의 수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2) 이것들을 상태 벡터로 통합하고 3) 입력의 변화 즉 체계 외적인 요소의 주입에 따른 벡터의 변화 양상을 기술하고 4) 체계를 정적인 상태로 진행되게 하여, 그 상태를 지속하게 하는 정보 흐름과 피드백 기제를 연구하고 5) 체계의 상태변화를 야기하는 특징적인 변수의 극한 값을 확인하는 것 등이다.

인간의 모든 삶을 체계적인 구조로 파악하고, 인간의 삶의 의미도 그러한 체계의 한 부품으로 전략시키는 것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체계적 사고는 생산의 효율성을 지향하는 무한 경쟁을 목포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체계적 사고 속에서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도 체계론적 사고 자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현실을 알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라캉의 정신분석학이 체계론적인 모델화를 추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 역시 생물적 체계로서의 인간과 사회적 의식적 체계로서의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는 대안으로서 사이버네틱스를 정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문장수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문장수  jsmoun@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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