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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개헌을 실현하자[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정치이론적인 측면과 우리나라의 환경적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자치분권은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모든 선진국들이 분권적인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분권체제가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49.5%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원인이 중앙집권체제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치유하는 것도 자치분권이다.

자치분권을 위해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987년 개정된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시대적 정신의 산물이었다.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국민들의 직접 선거와 정권교체가 가능한 지방자치의 실시가 국민들의 최고 요구사항이었다.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제도하에서도 시장‧군수, 시‧도지사를 임명직으로 유지하는 한 정권교체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들도 선거로 전환하는 지방자치의 재개를 강력하게 요구하게 되었다.

지방정부 장들의 선거와 더불어 지방자치를 이상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적인 요소들이 헌법에 반영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치분권적인 요소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자치분권보다 정권교체가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자치분권적인 요소는 반영하지 못한 채 서둘러 헌법을 개정하였다. 지방정부의 장의 선거를 도입하는 선에서 지방자치를 실시한다는 전제하에 지방자치와 기존의 중앙집권적 헌법 규정을 유지하였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적인 특성으로 말미암아 개정의 요구에 직면하였다. 현행 헌법의 중앙집권적 특성은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재산권제한 법률주의, 입법권의 국회독점주의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앙집권적 헌법 아래에서 지방정부는 지역 사정에 부합하는 자치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시에도 헌법적 제약으로 말미암아 제주특별자치도에 관한 규정을 포괄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특례의 집합물 형태로 제정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은 “지방정부”라는 용어 대신에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지방의 정치주체를 인정하기보다 중앙정부의 하위 행정단위로 보고 있다. 현행 헌법 제8장의 명칭은 “지방자치”이지만 그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것으로 지역주민의 자치권에 관한 규정이 없다. 상기의 원인들을 감안하면 자유 민주주의 발전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향후 헌법개정은 자치분권적 요소를 포함하여야 한다.

어떤 내용을 포함하여야 하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지방분권형 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명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법률을 제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지방의 자치를 저해하는 법률은 위헌이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대신하여 향후에는 지방정부라는 명칭을 사용하여야 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위 행정단위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에 대하여 자율적으로 대처하고 책임성을 전제로 지역사무를 수행하는 정치주체가 되는 것이다. 종전처럼 중앙에 의존하는 자치단체가 아니고 자율적으로 지역의 문제와 사무를 처리하는 책임 있는 주체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의견이 중앙정부의 정책과정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 지역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중앙-지방의 협력이 강화되어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한 기제로서 중앙-지방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행 국무회의와 병렬적으로 지방에 영향이 큰 정책은 제2국무회의를 통하여 심의되고 의결된다면 선진적인 중앙-지방 관계를 통하여 자치분권을 실현할 수 있다. 아울러 상원의 설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대표형 상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지역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의의가 크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단체자치의 전통 위에 발전된 점을 감안할 때 주민자치의 정신을 규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이다. 주민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책임 있는 지방자치의 구현이 어렵다. 이점을 감안하여 향후 지방자치의 발전은 주민자치의 기조 위에 이룩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자치분권형 헌법은 중앙-지방의 권한과 사무의 배분에 좌우된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사무를 배분하는 기준으로서 지역이 처리할 수 있는 권한과 사무는 우선적으로 지방에 배분한다는 보충성의 원리를 헌법에 반영한다면 자치분권의 발전에 급진전을 이룰 수 있다.

자치분권형 헌법은 지역이 독자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주민 모두가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국가를 만드는 과정이다. 지역주민들은 스스로의 노력과 책임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국민이 되는 길인 점을 고려하여 자치분권 개헌 실현에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김순은  sekim03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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